謹 賀 新 年
삼가 아룁니다.
모두 건강하게 신년을 맞이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해도 신세를 지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변함없는 교제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다행을 기원합니다.
平成 24年 元旦
하바타케 마키오
문득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거실은 어두컴컴했다.
뜨끈뜨끈한 코타츠는 아직 열이 올라와있었고, 테이블 위를 더듬거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새벽 4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기 딱 2분 전. 그러고보면 일출을 보기로 했지. 금세 말똥말똥해진 정신으로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홍백가합전을 보고, 자정에 타종 소리를 들었다가, 새해의 첫 일출을 본다고 호기롭게 밤을 새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키리모찌도 구워 안주로 삼고, 귤도 까먹으며 잠을 깨웠는데…
그러나 결국 자신도 렌 군도 잠이 든 모양이다. 불은 누가 껐더라. 아무튼 켠 채로 자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렌 군이 깨기 전에 울리려는 알람을 끄고, 잠시 아직 어두운 새벽 하늘을 보며 지나간 작년을 생각했다.
작년은 정말 큰일이었지?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일자리를 구한 일부터, 이상한 할로윈, 11월 11일의 이케부쿠로 사변, 그리고 거리 한복판에서의 삼파전까지.
약 한달 전까지만 해도 으슥한 반지하에서 살면서 인형탈을 쓰고 루미나리 컴퓨터의 호객 행위를 하러다녔는데, 지금은 어엿한 직장을 구하고 렌 군의 집에서 살고있다는 게 신기하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쁜 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겠지.
OO의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들. OO에 접속하게 된 건 무엇 때문이었더라. 아무래도 외로워서였겠지.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잘 하지도 않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았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지인의 거리감을 알지 못해 허둥댔었는데, 차차 적응해서 적당히 즐거운 일을 공유하며 살았다. 알고보니 전부 다 오프라인으로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게 신기한 일이지만. 그렇지만 역시 Hkun과 마리아쨩은 배신감이 들 정도였어!
생각난 김에 단체 메시지를 보내둔다. 낮에 연하장 전하러 갈테니 집에 있으시다면 받아주세요. 보내고 나서 깨달았다. 지금 아직 새벽이었다는 걸. …혹시나 메시지 수신음으로 깬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안합니다, 라고 보내려다가 말았다.
슬슬 하늘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렌 군을 깨운다. 자꾸만 다시 잠들려고 하는 탓에 렌 군이 완전히 깨어난 건 정말 딱 해가 반쯤 지평선에 걸쳐져 있을 때였다. 렌 군, 운이 좋을지도. 차가운 새벽 바람을 맞으며 렌 군을 끌고나온 베란다에서 하고싶었던 말을 건넨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렌 군.”
집 주변의 신사는 사람이 붐볐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런 행사를 잘 챙기나봐. 같이 나온 렌 군에게 말했다가 여태껏 와본 적 없냐는 소리만 들었다. 들켰네. 어릴 때 한번 혼자 와봤다가 생각보다 별 것 없어서 그 뒤로 챙기길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게, 부모님도 신년 행사 같은 거 귀찮다고 그랬었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줄을 섰다가 종을 울리고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 빌었어? 소원을 빌고 나오는 길에 렌 군에게 묻자 ‘올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이라고 했다. 사실 소원 같은 거 믿지 않으니까 안 빌었는데, 그 말을 듣자 빌고 싶어져서 아무 신한테나 일단 빌어두었다. ‘올해도 작년처럼… 아니, 작년 11월 무렵부터의 행복이 계속되길.’
[그리고 봄에 하는 성대 수술도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 말에 또 다른 신에게 빌어두었다. 렌 군의 수술도 무사히 잘 되길.
오미쿠지를 뽑으니 한번도 나온 적 없었던 ‘길(吉)’이 나왔다. 아무래도 작년 11월 무렵부터 운세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렌 군은 ‘소길’이었다. 히죽히죽 웃고 있으니 렌 군이 물어온다. 그렇게 기쁘냐고.
“길은 처음 나오거든. 매번 흉에서 못 벗어났고.”
아무래도 불운 체질이란 그런 거겠지, 하고 덧붙였더니 렌 군의 표정이 묘해졌다.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닌 듯 하다. 내가 뽑은 오미쿠지의 글을 한 줄 가리킨다.
‘새를 조심하기.’
새를 조심하기라니 길(吉) 치고는 그다지 좋은 말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가볍게 넘기려던 순간에 푸드득, 하고 날갯짓하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황당하다. 새가 ‘길’을 물어갔다.
렌 군은 그게 웃긴지 크게 웃는다. 올해 운세가 날아갔는데 웃음이 나옵니까, 하고 딴죽을 걸으려다 한숨이나 한 번 쉬고 만다. 그래, 내 올해 운세가 둥지 짓는데 보탬이 될거라니 기쁘다. 어째서인지 렌 군은 더 크게 웃었다.
아마자케를 한잔 씩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찍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 렌 군은 졸린지 금방 잠이 든다. 자는 렌 군을 두고 집을 나섰다. 가방 속에 지난 일주일간 열심히 쓴 연하장을 잔뜩 넣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쥰 씨네 집이다. 새해 첫날에도 일하러 간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아직 집에 있었다. 잔뜩 취한 알코올 씨는 덤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키오 군도, 새해 복 많이 받길.”
술은 없냐고 가방을 뒤적거리는 알코올 씨에게서 가방을 빼앗아, 연하장을 찾아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알코올 씨는 연하장은 당연히 술과 원 플러스 원이 아니냐는 헛소리를 하기에 아마자케를 한 병 던져주었다. 신사에 갔을 때 생각나서 하나 샀다. 그렇지만 무알콜이라는 건 비밀이다.
연하장에 시시콜콜한 잡담을 많이 쓴 탓에 분량이 상당했는데, 쥰 씨는 그걸 보더니 형식적인 연하장이라 미안하네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추신 아래는 꽤 진심어린 말이 잔뜩 써 있는 걸. 그렇지만 서로의 앞에서 글로 주고받은 덕담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어색한 게 현대인이다. 연하장과는 상관없는 몇 가지 잡담을 하다가, 무알콜 아마자케를 마시고 화가 난 알코올 씨가 덤벼들기에 후다닥 도망쳤다.
현관문을 두드리자,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호쿠토 씨가 문을 열어준다. 느슨해 보이는 옷차림이었는데도 반듯해보이는 걸 보면 자세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현관문 바로 앞에 있는 천에 감싸인 거대한 일본도에 깜짝 놀랐더니, 호쿠토 씨가 이제는 안심하라는 말을 해준다. 이거, 많이 발전한 걸까?
아키 씨도 설날에는 쉬는 것인지, 집에 있었다. 두 사람에게 연하장을 꺼내 전해주고, 호쿠토 씨가 내어온 녹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음식을 몇 가지 꺼내온다. 오세치(御節;일본의 설날 음식) 요리다. 밤 킨톤(栗きんとん;찐 고구마를 으깨서 달게 만든 밤을 곁들인 요리)에, 다테마키(伊達巻;계란과 다진 생선, 미림 등을 섞어 두껍게 구운 계란 말이), 색색의 가마보코 조림. 예쁘장하게 차려진 음식에 감탄했더니, 호쿠토 씨가 오히려 묻는다.
“마키오 씨는 오세치 안 만드셨습니까?”
“아, 몇 가지 만들기는 했지만…”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이렇게까지 예쁘게 되지는 않았다. 맛을 보니 맛도 훌륭했다. 특히 밤 킨톤이 맛있어서 싸달라고 할 뻔 했다. 그렇지만 집에도 있는 걸 싸달라고 하기에는 멋쩍은 법이었다. 차로 입가심을 하고, 다음 연하장을 전하기 위해 호쿠토 씨와 아키 씨네 집을 나섰을 때, 호쿠토 씨가 슬쩍 작은 꾸러미를 내민다.
“밤 킨톤이 많아서요.”
호쿠토 씨…! 호쿠토 씨의 식사량이라면 남을 리가 없을 텐데도, 싸주는 그 상냥한 마음씨에 감동받은 채, 가방에 꾸러미를 넣고 다시 길을 나섰다.
린쨩은 얼마 전에 혼자 살던 집에서 이사해서, 유우마 군과 같이 살기 시작했다. 린쨩과 유우마 군의 집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크네…”
야쿠자라는 건 정말 고소득 직업인 것 같다. 매번 공원에서 담배 피우던 사람이 사실은 부자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주춤거리다가 현관문 벨을 눌렀다. 곧이어 나오는 건 린쨩이다. 마키오 씨, 하고 명랑하게 부르는 소리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린쨩…… 집이 정말 크네……”
린쨩은 에헤헤, 하고 웃다가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 구경시켜준다. 실내를 구경하면서 유우마 군, 안 그렇게 생겨서는 야쿠자스러운 취향이네, 하고 생각하다가 유우마 군과 딱 마주쳤다.
“부자 군도 새해 복 많이…”
“.......뭡니까, 그 호칭은.”
앗, 잘못 말했다. 멋쩍게 고개를 돌리다가 가방에서 연하장을 꺼내서 두 사람에게 나눠준다. 두 사람의 연하장은 세트다. 옆으로 붙이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걸 알려주니 린쨩이 기뻐한다. 유우마 군은…… 잘 모르겠다. 유우마 씨도 기뻐하고 있어요, 라는 린쨩의 말에도 알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아무튼 행복하면 되었다. 두 사람의 집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걸었다.
시로코 씨의 세탁소는 닫혀있었다. 어쩌지, 하고 고민하던 중에, 갑자기 문이 열려서 코를 부딪히고 말았다.
“아야……”
“미안하네. 왜 거기 서 있어?”
픽 웃으며 시로코 씨가 문을 열고 나온다. 얼얼한 코를 부여잡고 하는 말은 전부 웅얼거리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한다. 가방에서 연하장을 꺼내어 시로코 씨에게 흔들어보인다. 시로코 씨는 연하장을 가져가서는 훑어보고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낀다.
“연하장을 다 받아보네.”
아일랜드에서는 연하장 같은 거 쓰지 않나요, 하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요정은 그런 거 안한다는 말이다. 친구는 안한다면서, 연하장은 써주냐는 물음에, 볼을 긁적이다가 고민해왔던 것을 가벼운 척 말한다.
“그냥 친구 할래? 시로코 씨. 어차피 같이 놀 건데.”
시로코 씨는 여전히 피식 웃으면서 거절한다. 싫어.
단야 사장님의 가게에 들렸다가 새해 인사를 빙자한 잔소리를 잔뜩 듣고, 할머니 댁에 갔다는 히메쨩의 우편함에 연하장을 넣어둔 후, 오모키 사장님의 골동품 가게에 모여있는 키츠네비 소년과 아이나쨩, 사쿠라쨩에게도 연하장을 전해주었다. 하나쨩의 집에는 미리 챙겨둔 요리를 몇 가지 가져다주고, 사이타마로 돌아간 하야시 군에게서 연하장을 잘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후에, 유이토 군의 집에 들렸다가 문학 선생님에게서 만요슈의 시구가 적힌 카드를 받았다. 유우토 군과 청부업자 씨에게 무사히 연하장을 전달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이 둘은 설날에도 거리를 이리저리 쏘다니는 모양이었다. 쿠츠나기의 막내는… 이런 날에도 연애에 전념하고 있는지 잠깐 연하장만 전해줄 수 있었을 뿐이다.
아, 그래. 한 명이 더 있었지…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 창을 켠 채로 조금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자를 한 통 보낸다.
01/01(日) 16:41
To.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Title: 오오우나바라 씨
![](https://blog.kakaocdn.net/dn/bUVy54/btsJe6byXNE/5ye623eM3KCYikI2UCQAw0/img.png)
이거 닮았네 왼쪽 고양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어느새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이케부쿠로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더니 꼭 인형탈을 쓰고 호객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옛날처럼 느껴지는 건 심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맞이해준다는 것이다.
“다녀왔어.”
“맛키, 어서와.”
어둠 뿐인 집이 익숙했으니까 몰랐던 따듯함이다. 신발을 벗고 손을 씻고와서, 만들어두었던 오세치 요리로 식탁을 차리고 있던 렌 군에게 오늘의 마지막 연하장을 내밀었다.
렌 군은 놀라지도 않고 내게 자신이 쓴 연하장을 내민다. 서로의 연하장을 바꿔 들고 마주 웃은 다음에, 연하장을 읽는다. 예술가라서일까? 글도 깔끔하게 잘 쓰는 것 같은데. 갑자기 이쪽의 구구절절한 연하장…을 빙자한 편지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힐끔 쳐다본 렌 군은 진지하게 읽고 있어서 장난 칠 마음은 금방 사라졌다.
“마키오.”
“응?”
“고마워.”
“나도.”
그리고,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고개를 숙여 서로에게 인사한다. 올해도 좋은 일이 가득하길, 아침에 빌었던 소원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은 1월 1일. 모두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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