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baka.exe

철인

나 원래 똑똑해 머리는 나빠도

내 친구 (1/5)
  • 토케이
  • 마리아
  • 천사
  • 카란

유우토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흠뻑 젖은 채 트럭 화물칸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가고 있는 것인지, 바닥에 붙어있는 뒷통수가 계속 튀어올라 두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질어질한 시야를 껌뻑이며 초점을 맞추자, 느릿하게 흐르는 하늘 아래로 바로 옆에 앉아 유우토에게 설렁설렁 부채질을 하고 있는 중년의 사내가 보였다.

 

“여기… 뭐야…”

 

작게 중얼거리는 유우토에게, 사내가 운전석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유우토를 쳐다보았다.

 

“뭐렌 헴나 너? 괜찮?”

 

뭐라고 하는 거야? 외국어인가?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과, 거칠거칠해보이는 피부에 두드러지게 불거진 핏줄. 일견 노인 같아보이기도 하는 사내였지만, 유우토는 그가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햇볕 아래서 거친 바람을 맞고 일하는 사람일 것이다. 빛과 바람은 원래 무엇이든 깎아내니까.

 

“정신 촐리라이. 다 와신디.”

 

일본어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옛날’ 말 같기도 하다. 유우토는 기억 속 마지막으로 자신이 있었던 곳이 무츠국 근처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니, 지금은 아오모리현이지… 한 몇 백년은 이 근처에 안 온 것 같은데. 이 지독한 사투리도 츠가루 말인가? 현재가 1999년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유우토는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는 자신에게 물을 뿌린 듯 트럭의 바닥까지 스스로의 몸 근처가 흥건했다. 천천히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었고, 희미한 바닷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카게스(蔭州) 마을 회관’ 앞에 선 트럭이, 이윽고 진동을 멈췄다.

 

 

아야카는 세 달 전에 생일이 지나 일곱 살이 된 아이였다.

그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굵직한 대들보가 천장을 가로지르는 집에서 살았다.

얼마 전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었기 때문에, 굵고 휘어진 통나무 대들보에는 아야카가 직접 마카로 그려넣은 갯강구 그림이 보였다.

요즘 아야카의 취미는 시원한 거실의 다다미 위에 누워서 대들보의 갯강구를 계속 쳐다보는 것이었다.

물론 해변으로 나가서 직접 갯강구를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요즘은 너무 더웠다. 저번에 30분 동안 시원한 바닷속에만 있다가 숨을 안 쉬어서 기절한 이후부터는, 어른들이 갯강구를 잡으려 할 때마다 방해했기 때문에 아야카는 새로운 취미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들보 관찰하기도 이제 질리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하루종일 집안의 모든 식구들이 바다로 나갔고, 친구들은 아야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슴벌레 잡기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같이 놀고 싶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게 나타나면 좋겠다. 아야카는 일곱 살 답지 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인가? 이른 오전 시내로 나갔던 할아버지는 라무네를 사오겠다며 아야카와 약속한 참이었다. 아야카는 새로운 유리 구슬을 얻을 생각에 금방 신이 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야카가 현관 앞에서 본 것은, 마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년이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아직 어린 아야카는 나이를 잘 구별하지 못했기에 그 소년이 얼마나 나이가 많은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아니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야카와 눈이 마주친 소년의 뒤로, 현관문을 닫으며 무뚝뚝한 표정의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하르방! 야인 어떵한 아이고?”

“올부터 여그서 살 유우토라혼디.”

 

유우토? 아야카는 소년을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에 유우토라고 불리는 소년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아야카가 시선을 떼고 다시금 할아버지한테 물었다.

 

“경헌디 라무네는?”

 

철썩. 할아버지가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스스로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아야카가 잔뜩 성난 얼굴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냅다 유우토를 향해 뛰어올라 복부에 머리통을 박았다.

 

“컥!”

 

온힘을 실은 박치기로 그대로 쓰러진 유우토에게, 화가 난 일곱살짜리가 서러운 눈으로 당당하게 선언했다.

 

“야, 이제부텅 느가 내 라무네 허라게.”





' > 魚's' 카테고리의 다른 글

魚's 페어틀  (0) 2024.11.18
어스 그림  (0) 2024.11.18